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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낭만시인 퍼시 비시 셀리의 <무질서의 가면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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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주의 사회적 배경 - 피털루 대학살

19세기 중엽에 성립된 로맨티시즘은 산업 혁명으로 인한 사회 변화를 따르기 보다는 과거의 중세 봉건사회나 이국적인 것에서 이상을 찾고자 했다. 그 주요한 동기는 사회의 분열과 이기주의의 만연을 부정하고, 중세에서 절대적인 힘을 갖고 있던 공동체를 다시 일으키고 싶다는 원망이다.

피털루 대학살은 '세인트 피터 평원' 에서 6만 명이 모인 평화적 정치 집회를 기병대가 돌진해 과도한 폭력으로 진압한 사건을 말한다. 피털루 학살은 1819 8월 맨체스터의 한 광장에서 정치 개혁을 요구하며 운집한 수 만 명의 군중을 군 기마병이 공격 수백 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학살을 가리킨다. 국가에 의한 폭력으로 빚어졌고, 피털루 학살은 당시 지배세력의 폭압과 압제의 유력한 상징으로 운동의 동력을 제공했다. 그 학살의 경험과 기억이 그 후 이후 차티스트 운동기까지 영국 사회는 급진 정치개혁운동과 노동운동 등 민중의 저항운동의 중요한 동력으로 작용했다. 이를 통해 당시 폭력을 감행한 지배세력이 민중에 대한 멸시감과 강한 증오심을 가지고 있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작가 탐구 -퍼시 비시 셀리

낭만파 시인 퍼시비시셀리는 영국 남부의 명문 태생으로 이튼 학교에서 옥스퍼드로 진학했다. 그는 재학 중에 흄과 로크의 근대 사상을 세례 받아 <무신론의 필요>라는 팸플릿을 써서 배포하였고 대학에서 추방당했다. 셸리는 누이 메리, 헬렌과 함께 런던으로 가 클랩험에 있는 학교에 다니는 해리엇 웨스트브룩을 만나게 된다. 16세의 아름다운 해리엇은 셸리의 급진적인 생각에 동의하고, 외로운 진보주의자에게 필요한 우정과 용기를 주며 둘은 사랑을 피우게 된다. 진심으로 사랑했던 둘은 1811년 결혼하지만 3년 뒤 셀리는 윌리엄 고드윈의 딸 메리에게 사랑에 빠지면서 해리엇은 자살한다. 그는 1816년 메리와 재혼했고 시 창작의 과로로 건강을 해쳐 사회에서 쫓기듯이 이탈리아로 떠났다. 1822년 이탈리아의 스페지아만으로 친구를 방문하고 돌아오는 도중 요트가 풍파를 만나 익사하면서 삶을 마감한다.

그의 대표작으로는 <지적 미에 부치는 찬가>, <종달새>, <구름> 등의 서정시와 5막 비극의 <첸치가>, <프로메테우스의 해방>이라는 서정 시극이 있다.

퍼시 비시 셀리의 <무질서의 가면극>

1819년 쓰인 이 시는 퍼시 비시 셸리가 1819년 발생한 피털루 대학살과 관련하여 영국의 정치 상황을 비판하는 시이다. 이 시는 자유를 쟁취하기 위한 민중의 단결과 투쟁을 호소하고 있으나, 무력이 아닌 비폭력적 저항을 옹호하고 있다. 미국 시인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시민 불복종'과 인도의 마하트마 간디의 무저항 비폭력 운동이 이에 영향을 받았다.

내가 이탈리아에서 자고 있을 때

바다 너머에서 한 목소리 들렸네,

그리고 나를 시적 환상 속으로

강하게 이끌며, 걷게 하였네.

 

1연에서, 셸리는 이탈리아에서 자고 있는 중 한 목소리에 깨어, 시적 환상 속 영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학살을 목격하게 되면서 시가 전개된다.

<무질서의 가면극> 속 상징적 의미

1819'피털루 학살'이 일어날 당시 셸리는 이탈리아에 살고 있었다.

 

난 도중에 '살인' 을 만났네 -

그는 캐슬리의 가면을 썼네 -

​부드럽게 보였지만, 매우 냉엄했네,

일곱 마리의 사냥개가 그를 따르고 있었네,

3

모두가 살쪘으며, 부러워할 만한 처지에

있는지도 모르네,

한 마리씩, 또는 두 마리씩,

그는 넓은 외투 속에서 인간의 심장을

꺼집어내어 그들에게 먹으라고 던졌네.

 

 

 

1) 살인

2-3연에서, 시인은 '살인'을 만난다. 2연에서 살인은 캐슬리의 가면을 썼다고 나오는데 여기서 '살인' 은 당시 보수당 당수이자 외무장관이었던 캐슬리를 비유적으로 뜻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캐슬리는 당시 외무장관으로 1798년 아일랜드 반란을 유혈 폭력으로 진압하여 악명이 높았다. 셸리는 피털루 학살의 책임을 당시 리버풀 총리가 이끄는 보수당 정부에 묻고 있는 것이다.

2) 일곱 마리의 사냥개

캐슬리를 따르는 '일곱 마리의 사냥개' 는 당시 왕정 체제를 유지하고 자유 민권 운동을 탄압하던 7국 동맹을 암시한다. 동맹을 맺은 7국에는 영국, 프랑스, 오스트리아, 러시아, 프러시아, 포르투갈, 스웨덴이 포함되어 있다.

3) 사기

4

다음에는 '사기' 가 왔네, 그는 대법관 엘던처럼

족제비 흰색 털로 장식한 법복을 입었네,

그는 잘 울었고, 그의 큰 눈물 방울은

떨어져 방앗간 맷돌을 돌렸네.

5

그리고 어린아이들은 그의 발 주위를

맴돌며 이리저리 놀았는데,

그의 모든 눈물을 보석으로 생각하며,

그 때문에 머리가 마비되고 있네.

 

4-5연에서,'사기' 가 나오는데 이 때 '사기'는 당시 대법관 엘던을 의미한다. 영국 사법부에 대해 비판하고 있다. 엘던 대법관은 셸리의 무신론과 과격한 정치적 성향을 이유로 전처 소생 아이들에 대한 셸리의 양육권을 거부하는 판결을 내렸다. 사기 즉, 엘던에 대한 '그가 잘 울었다' 라는 묘사는 사실이며 잘 우는 것으로 유명했다. 하지만 판결에 있어 냉엄하였으며, 종종 아이들을 부모로부터 격리시켰다.

4) 위선

6

성경책과 빛,

그리고 밤의 어둠으로 단장한

시드머스처럼, 다음에 '위선' 이

악어를 타고 지나갔네.

6연에서, '위선' 은 내무장관 시드머스에 비유하였다. 국내 치안 담당으로 피털루 학살을 진두지휘하였다.

'밤의 어둠'의 옷을 입고 있는 것은 시드머스가 반체제 세력을 감시하기 위한 비밀 정보원을 운영하는 것을 말한다.

시드머스는 교회 건설의 옹호자인데 '성경책과 빛' 은 그 점에서 그가 교회 건설의 옹호자로서 신앙심이 깊은 듯이 행동하는 것을 의미하고 있다.

'악어를 타고' 가는 것은, 영어 표현에서 위선적 행동을 의미하는 '악어의 눈물'을 고려했을 때 위선적 행동을 하는 시드머스를 뜻하는 거로 볼 수 있다.

5) 파괴

7

그리고 더 많은 '파괴' 들이

이 참혹한 가면극에 참여하였네,

모두가 변장하여, 심지어 눈까지도,

주교, 법률가, 귀족 또는 간첩처럼.

7연에서, 파괴와 살상을 저지르는 것이 귀족과 성직자 계급인 '주교, 법률가, 귀족' 들이라고 시사하고 있다.

6) 무질서

8-18연에서는 무질서를 비유하고 있다.

무질서인 'Anarchy' 의 원 뜻은 '무정부 상태' 를 말한다. 피털루 학살을 자행한 왕정을 '정당한 정부' 로 인정하지 않음을 시사하고 있다.

'무질서' '세상의 종말에서의 죽음' 과 같은 모습을 하고 있다.

또 셸리는 성경 '요한 묵시록' '네 기사' 의 이미지를 원용하고 있다. 성경의 '정복, 전쟁, 기근, 죽음' '살인, 사기, 위선, 무질서' 로 바뀌었음을 나타내고자한다.

'무질서' 는 왕관을 쓰고, 무질서의 이마에는,

'나는 신이며, 왕이며, 법이다!'

('I AM GOD, AND KING, AND LAW!')

라는 표식이 새겨져 있다.

'무질서' 의 추종자들은 영국 전역에 학살과 약탈을 자행한다. 법률가들과 성직자들과 많은 무리들이 엎드려 절하며, '무질서' '왕이며, 법이며, 신이며 주인' 이라고 경배하고 있다.

셸리가 <무질서의 가면극>을 통해 말하고자 하는 것

19-81연에서, '무질서' 의 파괴의 만행이 자행될 동안, '희망'조차 절망하고 있다. 하지만 실날같은 '희망' 이 되살아나며 마침내 '무질서'를 죽인다. '희망' 은 억압받는 영국 국민들에게 자유를 되찾기 위해, 일어나 싸우라고 한다, 하지만 '피에는 피', '악에는 악' 으로 보복하지 말고, 정의. 지혜, 평화, 사랑으로 자유를 되찾으라고 호소한다.

82-83연에서, 셸리는 창칼과 같은 폭력이 아닌 '과학, , 사상'으로 인도되고, 영국의 법에 의해 이러한 변혁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영국의 옛 법률들은 '현명한 시대의 유산' 이며, '자유'의 정신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셸리는 보고 있다. 그 신성한 법률을 어기고 살육을 저지르는 자는, 피의 책임이 그들에게 있고, 민중인 영국 국민에게 있지 않다고 말한다.

84-88연에서, 만약 압제자들이 학살을 자행한다면, 그들이 원하는 대로 내버려 두라고 말하고 있다. 그들의 광분이 가라앉으면, 수치심에 쌓여, 그들의 고향으로 돌아갈 것이며, 아는 이웃사람들을 보기가 부끄러울 것이다. 용감하고, 진정한 용사는 이러한 학살 행위에 수치심을 느끼고, 자유를 위해 싸우는 사람들에게 동참할 것이라고 셸리는 말한다.

89-91연에서, 피털루에서의 학살은 모든 사람의 가슴과 머릿속에 '영감'처럼 타오르며, 폭정의 종말을 알리는 우레 소리처럼 울려 퍼질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잠자는 사자가 깨어나듯이, 억압의 족쇄를 부수고 일어나라고 한다. 억압받는 민중의 수는 무수히 많기 때문에 누구도 '막을 수 없다'라고 말하고 있다.

'잠에서 깨어난 사자처럼 일어서라,

누구도 막을 수 없는 수많은 무리가 되어 -

네 족쇄를 땅바닥에 이슬처럼 흩날려라

네가 잠들어 있을 동안 너를 묶었던 -

너희들은 많고 - 그들은 적으니.'

 

('Rise like Lions after slumber

In unvanquishable number -

Shake your chains to earth like dew

Which in sleep had fallen on you -

Ye are many - they are few.')

 

셸리는 제38연과 마지막 제91연에 반복되는 위 시구를 통해 영국 국민에게 왕정과 귀족의 폭정과 억압에 저항하라고 호소하고 있다. 자유와 시민적 권리를 억압당한 자신들의 처지를 인식하고, 정치적 무관심으로부터 깨어나라고 촉구하고 있다.

'너희들은 많고 - 그들은 적으니.'

(Ye are many - they are few.)

의 이 마지막 어구는 지난 200년간 수없이 인용되어 온 가장 영향력 있는 정치적 구호가 되었다.

 

참고문헌 :

1. 퍼시 비시 셀리의 <무질서의 가면극>

2. 위키백과 <낭만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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